서점

정말 소름이 끼칠정도로 오랜만에 서점에 갔다. 우리 집에서 대중교통으로 고작 20분도 걸리지 않는곳에 영풍문고가 있었다니. 몰랐었다.

오랜만에 서점에 가니 괜히 신났다. 도서관을 갔었을때와는 또 다른 설렘이였다. 아마 책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구매하는대에서 오는 물욕 가득한 설렘이였던 듯 하다.

“물욕이면 뭐 어때? 책 커버가 이뻐서 구매하는 바보같은 지출만 하지 않는다면 괜찮겠지”, 라고 생각하며 나는 내가 요즘 가장 읽고 싶었던 윤동주 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라는 책을 찾아나섰다. 생각보다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내가 찾아간 FW6 칸에는 두개의 다른 출판사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가 놓여있었다.

10,800원짜리 하나와 8,600원짜리 하나.

그렇다. 나는 바보같이 10,800원짜리 책을 선택해버렸다.

그렇다. 그 책이 커버가 더 이뻤다.

어쩌겠는가… 역시 비싼대에는 이유가 있었..ㅋ

그렇게 바보같은 지출은 삼가하겠노라 라는 나의 다짐을 보란듯이 산산조각 내버린 후, 나는 유유히 다른 책들을 찾아나섰다.

그렇게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맘에 드는 책들을 5개정도 골랐다.

저 책들을 다 살 돈도, 다 사봤자 읽을 시간도 없었기에 나는 근처 책장에 기대어 앉아서 책을 훑어보며 이 5개중에 제일 맘에 드는 2개를 사야겠다고 다짐했다.

열심히 보던 중 갑자기 근처에 지나가시던 할머니가 말을 거셨다.

“이렇게 책들을 공짜로 읽어도 돼요? ㅎㅎ”, 라며 할머니는 눈웃음을 지으셨다. 입도 웃고 계셨을까? 마스크땜에 볼 수 없었다.

질문일까 훈계일까? 혼란스러웠다.

“어… 잘 모르겠어요… 저는 지금 구매전에 잠시 훑어보고 있던중인데…”, 라며 나는 말끝을 흐렸다.

“아~~ 구매전이면 이렇게 읽어봐도 되는거에용? ㅎㅎ 고마워요” 라고 말하시곤 할머니는 이내 사라지셨다.

고맙다는 저 할머니의 말은 정말 진심으로 궁금하셔서 여쭤봤다는 증거인가 아니면 그저 별 뜻 없는 끝인사인가? 또 다시 혼란스러웠다.

한 5초 가량 멍하니 있었던 것 같다. 사실 그 할머니의 의도가 뭐였던 크게 상관없었다. 내가 신경쓰였던 것은 내가 그 할머니의 질문의 대답을 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였다.

사실 나는 옆 사람이 책장에 기대서 책을 읽고 있는것을 보고 따라했던 것이였고 나만의 기준과 생각으로 정당성을 따지며 행동한 것은 아니였기에 할머니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지금 이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내가 책장에 앉아서 구매전에 책들을 읽어봤던 행동이 틀린지 아닌지 모르겠다.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만약에 내가 책을 훑어보지 않았다면 나는 그 책 5개중에 제일 맘에드는 2개를 추릴 수 없었을것이다. 고로, 책을 읽어본 행동은 나에게는 이익이였다. 하지만 이 사회에겐 이익이였는가?

내가 책을 읽어봄으로써 누군가는 내 손때가 묻은 책을 구매했을 것이다. 내가 책장에 기대어 앉아 있는 행위는 누군가에겐 길막이였을 수 있다.

결국 내가 어떨결에 도출한 결론은 “책을 읽어보되, 책의 상태를 최선을 다해 보전하고 최대한 쭈구려 앉아서 길을 터주자” 이다.

내 이익을 챙기되 사회의 피해를 가장 줄일 수 있는 방법인 것인뎅… 왜인지 웃긴 것 같다.

“크게 본다면 결국 내가 좋은 책들을 잘 골라서 더 큰 사람이 되는것이 이 사회의 이익이지 않을까? 나는 사회에 공헌하는 사람이 될테니”, 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개소리에 가까운 합리화 인 것 같아서 이건 패스 ㅎ..

쨋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나는 책들을 마저 훑어봤고, 자기개발 도서들에서 3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1. 다들 자꾸 기뻐하라고 한다. (특히 니체가 그렇다.)
  2. 단순하게 살으라고 한다. (내가 제일 못하는거여서 상당히 찔렸다.)
  3. 생각보다 성경에서 끌어오는 말들이 많다. (내가 기독교여서 그런지 은근 뿌듯했다.)

대략 40분정도에 독서 후 결국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원씽 이라는 책을 구매했고, 이유는 꽤 단순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는 한국인으로써 꼭 읽어봐야할 책이라는 생각에 구매했고, 원씽은 자기개발 책들중 제일 구체적이였고 나의 가치관과 제일 달라서 배울점이 많겠다 싶어서 구매했다.

꺄 이제 읽어볼 일만 남았다!

후기가 궁금하면 직접 찾아와서 물어봐주면 좋을 것 같당 ><

안뇽